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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호 시인 / 黃砂
1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하지 아니하였던가?
때는 바야흐로 전국토에 흰 벚꽃들이 화사하게 만개(滿開)한 무렵이던 20XX년 4월 XX일ㅡ
아직 여명(黎明)이 트지 않은 이른 새벽 사람들이 모두 깊은 잠에 빠져있는 칠흙처럼 어두운 그 야음을 틈타
내몽고(內蒙古)의 아라산(阿拉善)** 사막을 발진한 황사바람 비행군단은 500mb(미리바) 저기압의 한냉전선 공격로를 따라 황하강(黃河江)을 횡단해서
그 옛날에 고려국(高麗國)을 침략했던 몽고군의 기세로 순식간에 한반도를 포위했다
시야조차 가로막는 검붉은 흙먼지와 안개까지 동반한 그 軍團의 행렬은 도무지 끝이 없어 보였고
사람들은 그 장대함에 놀라 다들 바짝 긴장했다
그날 이후, 그들의 공습(空襲)은 도시와 농촌은 물론, 모든 산야와 해안 심지어는 샛강까지 밤과 낮, 구분없이 계속됐고
그들에게 점령당한 지역들은 시나브로** * 유령들의 도시로 변해갔다
2
징기스칸 [Genghis Khan, 成吉思汗]의 몽고군이 이 땅에서 저질렀던 것처럼 삶의 터전들을 무참히도 유린하는 침공군의 오만함에 사람들은 모두 혀를 내둘렀다
많은 사람들이 불안하여 아예 꼭꼭 숨어 외출을 삼가했다
황사군의 침공 소식은 연일 신문들과 각 방송사의 라디오와 텔레비젼 뉴스를 통해 연일 보도됐고 전세계로 긴급 타전됐다
대륙군의 침공은 왜 해마다 계속되는 것인가? 대륙군의 침공을 왜 속수무책 당해야만 하는 것인가?
보도되는 뉴스를 지켜보던 고려국의 후예들은 하나 같이 분노했다
바로 그 대군(大軍)의 기습적인 공습과 막강한 기세에 밀려 퇴각을 거듭하던 한반도의 기단은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100만 대군을 격파했던 제갈공명이 나주 전투에서 견훤의 군선(軍船)을 대파했던 태평군사가
남동풍(南東風)을 이용하여 ㅡ대승(大勝)했듯
남동풍의 북태평양(北太平洋) 기단 그리고 적도기단(赤道氣團)과 연합군(聯合軍)을 형성하여 마파람의 협공으로
드디어 파상적인 반격을 개시했다
노도(怒濤)처럼 거침없이 남하를 계속하던 그들의 대이동은
연합군측 기단(氣團)의 총공세로, 지지멸렬 와해되기 시작하여
마침내, 황사바람 대군단의 유해들은 일시에 토우土雨로 변하더니 붉은 피를 흘리면서 비로 내려 떨어졌다 그들은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까지 전국토를 온통 핏빛으로 물들였다
3
사나흘간 끔찍했던 시간들이 그리 지나가고
다시 따사로운 빨간 태양이 대지 위를 환히 비치면서 가리웠던 형체들도 서서히 본모습을 드러냈다
九死一生 살아남은 침공군의 잔당들은 더 이상의 진군을 포기하고 백기 들고 항복했다
거리마다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 등의 가로수들과 오고가는 행인들도 일제히 연합군의 승리를 크게 반기었다
4
전국에 발령된 공습경보 해제와 더불어 모든 상황이 종료되자
공습의 상처들을 저마다의 가슴 속에 깊이 묻은 채로 사람들은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갔다
한 편의 몹시 불쾌했던 공포영화라도 본 듯 몸서리를 치며
다다**** 그 악몽 같던 나날들을 하루라도 빨리 잊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내일의 일상으로 미리 돌아갔다
그들 모두 그리 해서라도 그토록 인내하기 힘들었던 그 날들의 분노의 기억들을 잠시라도 빨리 잊기 위해ㅡ
5
해마다 봄이 되면 한반도를 어김없이 유린하는 황사군단黃砂軍團.
그들은 정녕 1,000년전의 몽고군의 망령亡靈인가?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荒蕪地)’서 인용. **네이멍구 자치구[內蒙古自治區] 서부와 간쑤 성[甘潚省] 북부에 걸쳐 있고 동쪽으로는 황허 강[黃河]과 허란 산맥[賀蘭山脈], 남쪽은 치롄 산맥[祁連山脈], 서쪽은 헤이허 강[黑河]의 북쪽 유역, 북쪽은 지각구조상 함몰지역으로서 몽골과 각각 경계를 이루고 있는 중국 북부의 중앙에 있는 고비 사막의 최남단 부분. ***시나브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다다: 아무쪼록 힘 닿는 데까지
계간 『시와 사상』 2012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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