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우 시인 / 낙엽(落葉) 1
임 가신 저문 뜰에 우수수 듣는 낙엽(落葉) 잎잎이 한(恨)을 얽어 이밤 한결 차거우니 쫓기듯 떠난 이들의 엷은 옷이 맘 죄네.
피기는 더디하고 지기는 쉬운 이 뜰 이 몸이 스ㅣ어지면 봄바람이 되어설랑 서럽고 가난한 이를 먼저 찾아가리라.
이호우시조집, 영웅출판사, 1955
이호우 시인 / 산길에서
진달래 사태진 골에 돌 돌 돌 물 흐르는 소리.
제법 귀를 쫑긋 듣고 섰던 노루란 놈,
열적게 껑청 뛰달아 봄이 깜짝 놀란다.
이호우 시인 / 초원(草原)
상긋 풀 내음새 이슬에 젖은 초원.
종달새 노래 위로 흰구름 지나가고,
그 위엔 푸른 하늘이 높이 높이 열렸다.
이호우 시인 / 모강(暮江)
낙조 타는 강을 배 한 척 흘러가고
먼 마을 저녁 연기 대숲에 어렸는데
푸른 산 떨어진 머리 백로 외로 서 있다.
이호우 시인 / 살구꽃 핀 마을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 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 없는 밤을 꽃 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은 초당(草堂)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이호우시조집, 영웅출판사, 1955
이호우 시인 / 개화(開花)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휴화산, 중앙출판사,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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