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근대)

변영로 시인 / 유령의 나라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11.

변영로 시인 / 유령의 나라

 

 

꿈은 유령의 춤추는 마당

현실은 사람의 괴로움 불붙이는

싯벌건 철공장(鐵工場)

 

눈물은 불에 단

괴로움은 찌꺼기

사랑은 꿈 속으로 부르는 여신!

 

아! 괴로움에 타는

두 사람 가슴에

 

꿈의 터를 만들어 놓고

유령과 같이 춤을 추면서

타오르는 사랑은

차디찬 유령과 같도다.

 

현실의 사람 사람은

유령을 두려워 떠나서 가나

사랑을 가진 우리에게는

꽃과 같이 아름답도다.

 

아! 그대여!

그대의 흰손과 팔을

너 어둔 나라로 내밀어 주시오!

 

내가 가리라, 내가 가리라.

그대의 흰 팔을 조심해 밟으면서!

유령의 나라로,

나는 가리라! 아 그대의 탈을---.

 

 


 

 

변영로 시인 / 논개(論介)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

높게 흔드리우며,

그 석류(石榴)속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江)물은

길이길이 푸르리니

그대의 꽃다운 혼

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1922년,신생활)

 

 


 

변영로 [卞榮魯, 1897.5.9 ~ 1961.3.14] 시인

1898년 서울에서 출생. 아호는 수주(樹州). 시인이며 수필가와 ·영문학자로 활동. 시집으로 『조선의 마음』,『수주 시문선』, 영시집『진달래 동산』이 있음. 이화여전·성균관대 교, 국제 펜클럽 한국 본부 초대 회장, 동아일보 기자·대한공론사 이사장 등을 역임. 서울시 문화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