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철 시인 / 산중문답(山中問答)
問余何事棲碧山 어인 일로 푸른 산중에 사느냐고 나에게 물으니 笑而不答心自閑 웃으며 대답하지 않아도 마음은 절로 한가롭네 桃花流水杳然去 복숭아꽃 실린 물이 아득히 흘러가니 別有天地非人間 별천지요 인간 세상이 아니로구나
박용철 시인 / 어디로
내 마음은 어디로 가야 옳으리까 쉬임없이 궂은 비는 내려오고 지나간 날 괴로음의 쓰린 기억 내게 어둔 구름되어 덮이는데.
바라지 않으리라던 새론 희망 생각지 않으리라던 그대 생각 번개같이 어둠을 깨친다마는 그대는 닿을 길 없이 높은 데 계시오니
아 - 내 마음은 어디로 가야 옳으리까.
박용철전집, 시문학사, 1939
박용철 시인 / 이대로 가랴마는
설만들 이대로 가기야 하랴마는 이대로 간단들 못 간다 하랴마는
바람도 없이 고이 떨어지는 꽃잎같이 판 하늘에 사라져 버리는 구름쪽같이
조그만 열로 지금 수떠리는 피가 멈추고 가는 숨길이 여기서 끝맺는다면
아-얇은 빛 들어오는 영창 아래서 차마 흐르지 못하는 눈물이 온 가슴에 젖어 내리네.
박용철 시인 / 눈은 내리네
이 겨울의 아침을 눈은 내리네
저 눈은 너무 희고 저 눈의 소리 또한 그윽하므로
내 이마를 숙이고 빌까 하노라 임이여 설운 빛이 그대의 입술을 물들이나니 그대 또한 저 눈을 사랑하는가
눈은 내리어 우리 함께 빌 때러라
박용철전집, 시문학사,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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