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 시인 / 춘향
도령님, 그 날이 端午날 이었나 보옵니다. 廣寒樓 草綠게와 물결친 지붕우에 魂伶 같은 제비가 미끄러져 나부끼든 그대 그때는 그져 아득 하였나이다.
언덕 넘어 말방울 소리도 찬란히...
내 산 靈魂에 도장 찍고 가옵시는 기쁨 이랄까 슬픔 이랄까 가슴이 항만하여 향그러운 바다속 같은 그대 그때는 그 져아득 하였나이다.
서정주 시인 / 추천사
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듯이, 香丹아
이 다수굿이 흔들리는 수양버들 나무와 벼갯모에 뇌이듯한 풀꽃뎀이로부터, 자잘한 나비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조 내어 밀듯이, 香丹아
珊瑚도 섬도 없는 저 하눌로 나를 밀어 올려다오. 彩色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다오!
西으로 가는 달 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다오 香丹아.
서정주시선, 정음사, 1956
서정주 시인 / 비밀한 내 사랑이
- 먼옛날 아무도 안듣는 곳에서 러시아 제국의 어느 여왕이 사뢰온 고백
비밀한 내 사랑이 안심치 안해서요 먼 바닷가의 상수리 나무밑에 묻어둔 궤짝 속의 토끼 속에 넣어서 숨겨 놓아 두었에요
그래도 그래도 안심치 안해서요 그 토끼의 뱃속에 집어 넣은 한 마리의 암오리의 뱃속의 알 속에다가 숨겨 놓아 두었에요
서정주 시인 / 동천(冬天)
내 마음속 우리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워 심어놨더니 동지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현대문학.19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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