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순 시인 / 첫날밤
어어 밤은 깊어 화촉동방의 촛불은 꺼졌다. 허영의 의상은 그림자마저 사라지고,
그 청춘의 알몸이 깊은 어둠바다 속에서 어족(漁族)인양 노니는데 홀연 그윽히 들리는 소리 있어,
아야.....야! 태초에 생명의 비밀 터지는 소리. 한 생명 무궁한 생명으로 통하는 소리. 열반의 문 열리는 소리. 오오 구원(久遠)의 성모(聖母) 현비이여! 머언 하늘의 뭇 성좌는 이 밤을 위하야 새로 빛날진저.
밤은 새벽을 배(孕胎)고 침침히 깊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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