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시인 / 자야곡(子夜曲)
수만 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리라.
슬픔도 자랑도 집어삼키는 검은 꿈 파이프엔 조용히 타오르는 꽃불도 향기론데
연기는 돛대처럼 내려 항구에 들고 옛날의 들창마다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저려
바람 불고 눈보래 치잖으면 못 살리라. 매운 술을 마셔 돌아가는 그림자 발자취 소리
숨막힐 마음 속에 어데 강물이 흐르뇨 달은 강을 따르고 나는 차디찬 강 맘에 드리라.
수만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리라.
-<문장>23호(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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