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윤 시인 / 들국화
나는 들에 핀 국화를 사랑합니다. 빛과 향기 어느 것이 못하지 않으나 넓은 들에 가엾게 피고 지는 꽃일래 나는 그 꽃을 무한히 사랑합니다.
나는 이땅의 시인을 사랑합니다. 외로우나 마음대로 피고 지는 꽃처럼 빛과 향기 조금도 거짓 없길래 나는 그들이 읊은 시를 사랑합니다.
이하윤 시인 / 물레방아
끝없이 돌아가는 물레방아 바퀴에 한 잎씩 한 잎씩 이 내 추억을 걸면 물 속에 잠겼다 나왔다 돌 때 한없는 뭇 기억이 잎잎이 나붙네
바퀴는 돌고 돌며 소리치는데 마음 속은 지나간 옛날을 찾아가 눈물과 한숨만을 자아내 주노니 ...........
나이 많은 방아지기 하얀 머리에 힘없는 시선은 무엇을 찾는지- 확 속이다! 공잇소리, 찧을 적마다 강물은 쉬지 않고 흘러 내리네.
이하윤 시인 / 잃어버린 무덤
북문턱 외딴 길에 풀잎 거칠은 임자 잃은 무덤이 하나 있더니
방랑의 손 외로이 지날 때마다 무덤 앞에 앉아서 쉬고 가더니
원수의 신작로가 생긴 이후로 패여간 무덤 자취 간 곳 없노라
무덤 위에 덮혔던 흙과 잔디는 밟히고 짓밟히는 길이 되어서
무거운 발자욱에 눌릴 때마다 애달픈 옛노래를 읊고 있노라
임자 잃은 무덤이 하나 있어서 흘러가는 행인이 쉬고 가더니
<시대일보> 192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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