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시인 / 밤의 이야기 20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 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요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요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요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조병화 시인 / 바다의 소녀
까만 정옥이 눈앞에선 물들어 가는 바다의 애수가 뜬다.
시드니의 밤거리를 생각한다. 상해 外人 초계지를 연상한다.
보헤미안 모자를 걸치고 정옥이를 난 밤거리를 찾아간다.
검푸른 바다의 유산. 어느 한 자리에 고향을 지니지 못한 소녀.
정옥이 오랜 병은 항상 하늘이 푸르러 낫질 않는다.
정옥이 피부에선 해협의 냄새가 난다.
나는 항시 원시의 해협에 살고 싶어 보헤미안 모자를 걸치고 정옥이를 난 밤거리를 찾아간다.
조병화 시인 / 바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리운 사람아 먼 곳에 있는 사람아 아주 먼 곳에 있는 사람아
바다가 우는 걸 본 일이 있는가 바다가 흐느끼는 걸 본 일이 있는가 바다가 혼자서 혼자서 스스로의 가슴을 깎아내리는 그 흐느끼는 울음소리를 들은 일이 있는가
네게로 영 갈 수 없는 수많은 세월을 절망으로 깨지며 깨지며 혼자서 혼자서 사그라져내리는 그 바다의 울음소리를 들은 일이 있는가.
조병화 시인 / 물망초
기억해 주어요 부디 날 기억해 주오
나아 이대로 못잊는 연보라의 물망초 이지만 혹시는 잊으려 원하시면은 유순히 편안스레 잊으라도 주어요
나아 언제나 못잊는 꽃아름의 물망초 이지만
깜깜한밤에 속이 파리 피어나는 나무들의 기쁨 당신 그늘에 등불없이 서 있어도 달밤 같은 위로
사람과 꽃이 영혼의 길을 트고 살았을때 미소와 도취만이 큰 배같던길
당신이 간후 바람곁에 내버린 꽃길 연보라는 못잊는 물망초 이지만
기억해 주어요 지금은 눈도 먼 물망초 이지만........
조병화 시인 / 당신이 그렇게 생각을 하면
당신이 그렇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는 가만히 있어야 하겠습니다.
변명이 자라면 자라날수록 이렇게 떨어져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예 오해를 가진 채 이 길을 서로 걷지 않기 위하여선 오랜 세월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오래지 않아 그 추운 겨울밤 이대로 내가 가면 당신이 긴 이야길 해야 하겠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는 긴 세월 .... 이렇게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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