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화 시인 / 그저 그립다, 말 한마디
나의 밤은 당신의 낮, 나의 낮은 당신의 밤, 세월을 이렇게 하루 앞서 사는 나의 세월
그 만큼, 인생이라는 세월을 당신보다 먼저 살아가는 세월이어서 세상의 쓰라린 맛을 먼저 맛보고 지나가는 세월이지만 당신에게 전할 말이란 한 마디뿐이옵니다.
그저 그립습니다.
세상엔 천동벼락이 하두 많아서 하루아침에 천지가 변하는 수도 있어 한치 앞을 모르는 인생을 살아가는 나로소 어찌, 소원 같은 것을 하겠습니까만 내게 남은 말 한 마디는
그저 당신이 그립습니다. 그저 당신이 그립습니다.
조병화 시인 /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일이 어려서 기쁘리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오늘이 지루하지 않아서 기쁘리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을 늦춰서 기쁘리
이러다가 언젠가는 내가 먼저 떠나 이 세상에서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것으로 얼마나 행복하리
아,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날이 가고 날이 오는 먼 세월이 그리움으로 곱게 나를 이끌어 가면서 다하지 못한 외로움이 훈훈한 바람이 되려니 얼마나 허전한 고마운 사랑이런가.
조병화 시인 / 공존의 이유.12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을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조병화 시인 / 공존의 이유
깊이 사랑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헤어짐이 잦은 우리들의 세대 가벼운 눈웃음을 나눌정도로 지내기로 합시다.
우리의 웃음마저 짐이 된다면 그때 헤어집시다.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합시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를 얘기할 수 없음으로 인해 내가 어디쯤에 간다는 것을 보일 수 없으며 언젠가 우리가 헤어져야 할 날이 오더라도 후회하지 않을만큼 사랑합시다.
우리앞에 서글픈 그날이 오면 가벼운 눈 웃음과 잊어도 좋을 악수를 합시다
조병화 시인 / 고독하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보아도 어린 시절의 마당보다 좁은 이 세상 인간의 자리 부질 없는 자리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아 고독하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 소망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 삶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곳에 아직도 너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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