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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황석우 시인 / 봄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8. 29.

황석우 시인 / 봄

 

 

가을 가고 결박 풀어져 봄이 오다.

나무 나무에 바람은 연한 피리 불다.

실강지에 날 감고 날 감아

꽃밭에 매어 한 바람 한 바람씩 땡기다.

가을 가고 결박 풀어져 봄이 오다.

너와 나 단 두사이에 맘의 그늘에

현음(絃音) 감는 소리.

새야 봉우리야 세우(細雨)야 달야.

 

 


 

 

황석우 시인 / 초대장

 

 

꽃동산에 산호탁(珊瑚卓)을 놓고

어머님께 상장을 드리렵니다.

어머님께 훈장을 드리렵니다.

두 고리 붉은 금가락지를 드리렵니다.

한 고리는 아버지 받들고

한 고리는 아들딸, 사랑의 고리

어머님이 우리를 낳은 공로훈장을 드리렵니다.

나라의 다음가는 가정상, 가정훈장을 드리렵니다.

시일은 '어머니의 날'로 정한

새 세기의 봄의 꽃.

그 날 그 시에는 어머니의 머리 위에

찬란한 사랑의 화한을 씌워 주세요.

어머님의 사랑의 공덕을 감사하는 표창식은

하늘에서 비가 오고 개임을 가리지 않음이라.

세상의 아버지들, 어린이들

꼭, 꼭, 꼭 와 주세요

사랑의 용사,

어머니 표훈식에 꼭 와 주세요.

 

 


 

 

황석우 시인 / 시악시 마음은

 

 

비탈길 밭뚝에

삽살이 조을고

바람이 얄궂어

시악시 마음은

......

 

찢어 내려라

버들 가지를.

꺽지는 말아요

비틀어 다고.

 

시들은 나물은

뜯거나 말거나

늬나나 나......

나나나 늬......

 

<백조>1922

 


 

 

 황석우(黃錫禹) 시인 / 1895~1959

호는 상아탑(象牙塔). 서울에서 출생. 일본 와세다 대학의 정경과를 중퇴하고 귀국하였다. 1920년에 김억, 염상섭 등과 함께 <폐허>의 동인이 되어 [애인의 인도] [벽모의 묘] [태양의 침몰]등 난해한 상징시를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하였다. 오상순, 남궁벽 등과 함께 초창기 시단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였고, 특히 상징주의 시 운동의 기수로 알려졌다. 1921년에는 박영희, 변영로 등을 동인으로 한국 최초의 시 전문지 <장미촌>

을, 1929년에는 <조선 시단>을 창간하여 주재하였다.  한편, <중외 일보> <조선 일보>의 기자로도 활약하였고, 만년에는 국민 대학의 교무처장을 지냈다. 그는 우리 나라의 시에 감각성을 처음으로 도입했는데, 그의 감각적인 시는 우리 나라 현대시의 발전에 기여 한 바 크다. 시집으로 우주 전체를 소재로 한<자연송>과 시화집<청년 시인 백인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