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시인 / 한마음 - 신동엽 한 마음 가엽서라
돛도 삳도 없이 오날은 어델 흘러가나뇨
온 길을 돌아갈 수 없음이여. 유리창 넘어로 보히는 만지기 영 틀린 없어진 탑이여.
한 마음 가엽서라 나약한 사람 우에서 살아가는
가다가 슬어질 가난한 마음이여.
신동엽 시인 / 五月(오월)의 눈동자
지금 난 너를 보고 있지 않노라. 훈풍 나부끼던 머리칼 오월의 푸라타나스 가로(街路) 저 멀리 두고 온 보리밭 어덕을 생각하고 있는 것도 아니노라. 바람이 기어드는 가슴 나뭇잎 피는 산등성에 서서 술익는 마당 두고 온 눈동자를 생각하고 있는 것도 아니노라. 남해바다 멀리 한번도 나의 울 안에 춤춰본 적 없는 푸른 빛 희열에 찬 생의 향기를 그윽한 새 잎에 받들어 나는 지금 마셔 주고 있노라, 온 마음 밭으로 깊이깊이 들여마셔 주고 있는 것이노라.
지금 난 너의 눈동자를 보고 있지 않노라. 지나온 하늘 草綠庭園(초록정원)에 딩굴던 태양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는 것도 아니노라. 학창시절의 호밀밭 전쟁이 뭉개고 간 꽃잎의 촉촉한 밤하늘을 회상하고 있는 것도 아니노라. 훈풍에 날리던 머리칼 山頂(산정)을 돌아 오르면 온 세계의 아름다웠던 천만가지 머언 오월의 향기를 나의 피알 속에 상기 살아있는 피 한 방울 감격 속에서 이렇게 새 잎 타고 불어오는 바람 언덕에 서서 오늘도 내일도 그제도 머리다발 날리며 마셔보고만 싶었었노라.
신동엽 시인 / 아사달과 아사녀
<아사녀>
달이 뜨거든 제 얼굴 보셔요 꽃이 피거든 제 입술을 느끼셔요 바람 불거든 제 속삭임 들으셔요 냇물 맑거든 제 눈물 만지셔요 높은 산 울창커든 제 앞가슴 생각하셔요
<아사달>
당신은 귀여운 나의 꽃송이 당신은 드높은 내 영원의 꿈 울다 돌아간 가여운 내 마음 당신은 내 예술 만발케 사랑준 영감의 근원.
<2중창>
우리들은 헤어진 게 아녜요 우리들은 나뉘인게 아녜요 우리들은 딴 세상 본 게 아녜요 우리들은 한 우주 한 천지 한 바람 속에 같은 시간 먹으며 영원을 살아요 잠시 눈 깜박 사이 모습은 다르지만 나중은 같은 공간 속에 살아요 꼭같은 노래 부르며 한가지 허무 속에 영원을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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