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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이장희 시인 / 적은 노래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9. 8.

이장희 시인 / 적은 노래

 

 

고요한 이 한밤에

니웃의 늙은이는

고담책을 닑는고야.

 

잇다금 개고리는

압내서 우는고야

개골개골 우는고야

 

잠 못니루는 나는

흰벽을 바라보며

녯생각에 잠기나니.  

 

 


 

 

이장희 시인 / 연(鳶)

 

애닯다

헐벗은 버들가지에

어느 때부텀인지

연 하나 걸려 있어

낡고 지쳐 가늘었나니

그는 가을 바람에 우는

옛 생각의 그림자-ㄹ러라

 

 


 

 

이장희 시인 / 눈은 내리네

 

 

이 겨울의 아침을

눈은 내리네.

 

저 눈은 너무 희고

저 눈의 소리 또한 그윽함으로

내 이마를 숙이고 빌까 하노라.

 

님이어 설은 빛이

그대의 입술을 물들이나니

그대 또한 저 눈을 사랑하는가.

 

눈은 내리어

우리 함께 빌 때러라.

 

 


 

이장희 시인(李章熙 : 1900~1929)

1900년 1월 1일 대구에서 출생하였다. 그의 집안은 대구의 부호였으며 부친 이병학은 친일파로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냈다. 그의 친어머니였던 박금련은 이장희가 5세때 사망하고 계모 슬하에서 자랐다. 그의 부친은 3번을 결혼하였으며 형제는 10남 8녀였다. 대구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京都]중학교 졸업하였다. 《금성(金星)》지의 동인이 되어 동지에 《청천(靑天)의 유방(乳房)》《실바람 지나간 뒤》를 발표하여 문단에 등장하였다.

우울하고 비사교적인 성격 때문에 이상화, 양주동, 백기만 등 일부 친분이 있는 문인들만 교우하였고 작품도 많이 남기지 못했다. 그러나 안으로 파고드는 깊은 감성(感性)은 섬세한 감각과 심미적인 이미지를 작품에 표출시켜 《봄은 고양이로다》《하일소경(夏日小景)》 등의 주옥같은 시편을 남겼다. 복잡한 가정환경과 친일파인 부친이 조선총독부 관리로 취업을 강요하였으나 이를 거절하였고 결국 부친과의 갈등으로 집을 나와 궁핍하고 고독한 생활을 보냈다. 1929년 11월 28세를 일기로 음독자살하였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앞에 든 것 외에 《석양구(夕陽丘)》《동경(憧憬)》《고양이의 꿈》《봄철의 바다》《눈은 나리네》《연(鳶)》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