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곤강 시인 / 찬 달밤에
달하 노피곰 도드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정읍사(井邑詞)에서
찬 달 그림자 밟고 발길 가벼이 옛 성터 우헤 나와 그림자 짝지어 서면 괼 이도 믤 이도 없은 몸하! 누리는 저승보다도 다시 멀고 시름은 꿈처럼 덧없어라
어둠과 손잡은 세월은 주린 내 넋을 끄을고 가노라 가냘픈 두 팔 잡아끄을고 가노라 내사 슬픈 이 하늘 밑에 나서 행여 뉘 볼세라 부끄러워라 마음의 거울 비취오면 하온 일이 무에뇨
어찌 하리오 나에겐 겨레 위한 한 방울 뜨거운 피 지녔기에 그예 나는 조바심에 미치리로다 허망하게 비인 가슴 속에 끝 모르게 흐르는 뉘우침과 노여움 아으 더러힌 이 몸 어느 데 묻히리이꼬
<피리, 정읍사,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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