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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이병기 시인 / 저무는 가을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10. 4.

이병기 시인 / 저무는 가을

 

 

들마다 늦은 가을 찬바람이 움직이네

벼이삭 수수이삭 으슬으슬 속살이고

밭머리 해 그림자도 바쁜 듯이 가누나

 

무 배추 밭머리에 바구니 던져 두고

젖먹는 어린아이 안고 앉은 어미 마음

늦가을 저문 날에도 바쁜 줄을 모르네

 

<가람시조집, 문장사, 1939>

 

 


 

 

이병기 시인 / 오동꽃

 

 

담머리 넘어드는 달빛은 은은하고,

한두 개 소리 없이 나려지는 오동(梧桐)꽃을

가랴다 발을 멈추고 다시 돌아보노라

 

가람시조집, 문장사, 1939

 

  


 

이병기(李秉岐) 시인 / 1891∼1968

호: 가람(伽藍). 시조 시인. 국문학자. 전북 익산에서 출생. 1913년에 관립 한성 사범 학교를 졸업하고, 보통 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고문헌 수집과 시조 연구에 전념하였다.1921년에 조선어 연구회를 조직하였고, 1926년에 <시조란 무엇인가>를 발표한 이래 현대 감각의 시조로 침체된 시조 문학을 크게 일으켰다. 1930년에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정 위원을 거쳐 1935년에는 조선어 표준어 사정 위원이 되었고, 그 후에<가람 시조집>을 발표, 자연의 생생한 묘사를 통하여 현대 시조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 1942년에는<조선어 학회 사건>으로 수감되어 1년여 동안 복역하다가 석방된 후 귀향하여 농업에 종사하면서 고문헌 연구에 몰두하였다. 광복 후 상경하여 미군정청 편찬과장, 서울 대학교 문리과 대학 교수 등을 거쳐 1954년에는 학술원 회원이 되었으며, 그 해 백철과 공저

로 <국문학 전사>를 간행하였다. 그는 현대 자유시에 압도된 시조의 부흥에 큰 공헌을 하였고, 저서에는 <국문학 개론> <가람 문선>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