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시인 / 팔려가는 섬색시
1
물새 날고 파도치는 저기 저 섬엔 아주까리 동백꽃이 하도 잘펴서 아침 나절 꽃―따는 섬색시 노래 오고가는 바람결에 잘도 들리네
2
아주까리 동백꽃이 하도 잘 폈기 저― 섬 속 백성들은 잘 사나 했더니 오늘도 섬 색시가 서울로 가네 청루에 몸이 팔려 서울로 가네
3
당홍치마 나체가 된 저기 저 색시 닻 감을 때 노 저을 때 울기도 하네 청루에서 동백기름 바를 때마다 고―향의 생각에 얼마나 우나?
삼인시가집, 삼천리사, 1929
김동환 시인 / 표백(漂泊)
바다로 갈까, 꽃이 그립고 산(山)으로 돌아들까, 노래가 아깝다, 그러니 산에도 말고 바다에도 말고.
청루(靑樓)엔 창녀 있고 주사(酒肆)엔 빨간 술 있으니, 청춘주사(靑春酒肆)에 한꺼번에 가단 말가.
아모커나 청춘엔 웃음이 그립고 세상엔 노래가 드물다니, 웃으며 노래 부를 곳 찾으러.
국경의 밤, 한성도서, 1924
김동환 시인 / 해녀의 노래
나룻배 열두 척 다 들어와도 그이만 안 오네, 안 온다네. 장전(長箭)곶 삼십 리 파도 세던가, 파도가 셌으면 갈매기 넘게. 돛대가 세 동강 나더라도 나는야 올 줄 아오 올 줄을 알았소.
삼인시가집, 삼천리사, 1929
김동환 시인 / 해당화
진하게, 지내 진하게 피어난 해당화 사내 심정을 두 벌로 설레이게 하는 해당화 피기 전에 내 안보는 데서 피어 버릴까 근심시키고, 피고 난 뒤는 또 나 보는 데서 져버릴까 조마조마케 하는―.
해당화, 삼천리사,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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