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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김동환 시인 / 팔려가는 섬색시 외 3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4.

김동환 시인 / 팔려가는 섬색시

 

 

1

 

물새 날고 파도치는 저기 저 섬엔

아주까리 동백꽃이 하도 잘펴서

아침 나절 꽃―따는 섬색시 노래

오고가는 바람결에 잘도 들리네

 

2

 

아주까리 동백꽃이 하도 잘 폈기

저― 섬 속 백성들은 잘 사나 했더니

오늘도 섬 색시가 서울로 가네

청루에 몸이 팔려 서울로 가네

 

3

 

당홍치마 나체가 된 저기 저 색시

닻 감을 때 노 저을 때 울기도 하네

청루에서 동백기름 바를 때마다

고―향의 생각에 얼마나 우나?

 

삼인시가집, 삼천리사, 1929

 

 


 

 

김동환 시인 / 표백(漂泊)

 

 

바다로 갈까, 꽃이 그립고

산(山)으로 돌아들까, 노래가 아깝다,

그러니 산에도 말고 바다에도 말고.

 

청루(靑樓)엔 창녀 있고

주사(酒肆)엔 빨간 술 있으니,

청춘주사(靑春酒肆)에 한꺼번에 가단 말가.

 

아모커나 청춘엔 웃음이 그립고

세상엔 노래가 드물다니,

웃으며 노래 부를 곳 찾으러.

 

국경의 밤, 한성도서, 1924

 

 


 

 

김동환 시인 / 해녀의 노래

 

 

나룻배 열두 척 다 들어와도

그이만 안 오네, 안 온다네.

장전(長箭)곶 삼십 리 파도 세던가,

파도가 셌으면 갈매기 넘게.

돛대가 세 동강 나더라도

나는야 올 줄 아오 올 줄을 알았소.

 

삼인시가집, 삼천리사, 1929

 

 


 

 

김동환 시인 / 해당화

 

 

진하게, 지내 진하게 피어난 해당화

사내 심정을 두 벌로 설레이게 하는 해당화

피기 전에 내 안보는 데서 피어 버릴까 근심시키고,

피고 난 뒤는 또 나 보는 데서 져버릴까 조마조마케 하는―.

 

해당화, 삼천리사, 1942

 

 


 

김동환 [金東煥, 1901.9.21~?(납북)] 시인

1901년 함경북도 경성(鏡城)에서 출생. 본관 강릉. 호 파인(巴人). 창씨명(創氏名)은 시로야마 세이주[白山靑樹]. 중동(中東)학교를 졸업. 일본 도요[東洋]대학 문과 수학. 1924년 시 〈적성(赤星)을 손가락질하며〉로 《금성(金星)》誌에 추천을 받고 문단에 데뷔. 1925년 한국 최초의 서사시(敍事詩)로 일컬어지는 대표작이며 동명 시집인 《국경의 밤》을 간행. 민요적 색채가 짙은 서정시를 많이 발표하여 이광수(李光洙) ·주요한(朱耀翰) 등과 함께 문명을 떨침.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기자로 근무.

1929년 월간지 《삼천리(三千里)》를 창간. 1938년 《삼천리문학(三千里文學)》 발간. 1939년 총독 미나미[南次郞]의 <새로운 동양의 건설> 등을 《삼천리》에 실어 잡지의 내선일체 체제를 마련한 그는 1940년 국민총력조선연맹 문화위원, 1943년 조선문인보국회 상임이사 등을 지내면서 적극적인 친일파로 변신. 1950년 6 ·25전쟁 때 납북되었으며 이후의 행적은 알 수 없음. 저서로는 『승천(昇天)하는 청춘』,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李光洙 ·朱耀翰 공저), 『해당화』 등과 그외 다수의 소설 ·평론 ·수필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