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시인 /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진달래꽃, 매문사, 1924
김소월 시인 / 옛 낯
생각의 끝에는 졸음이 오고 그리움의 끝에는 잊음이 오나니, 그대여 말을 말아라, 이후부터, 우리는 옛 낯 없는 설움을 모르리.
진달래꽃, 매문사, 1924
김소월 시인 / 옛이야기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오면은 어스레한 등불에 밤이 오면은 외로움에 아픔에 다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저는 웁니다
제 한몸도 예전엔 눈물 모르고 조그마한 세상을 보냈습니다 그때는 지난 날의 옛이야기도 아무 설움 모르고 외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님이 가신 뒤에는 아주 저를 버리고 가신 뒤에는 전날에 제게 있던 모든 것들이 가지가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한때에 외어 두었던 옛 이야기뿐만은 남았습니다 나날이 짙어가는 옛 이야기는 부질없이 제 몸을 울려 줍니다
진달래꽃, 매문사, 1924
김소월 시인 / 옷과 밥과 자유
공중에 떠다니는 저기 저 새요 네 몸에는 털 있고 깃이 있지.
밭에는 밭곡식 논에는 물벼 눌하게 익어서 수그러졌네!
초산(楚山) 지나 적유령 넘어선다 짐 실은 저 나귀는 너 왜 넘니?
동아일보, 1925. 1. 1
김소월 시인 / 외로운 무덤
그대 가자 맘 속에 생긴 이 무덤 봄은 와도 꽃 하나 안 피는 무덤.
그대 간 지 십 년(十年)에 뭐라 못 잊고 제 철마다 이다지 생각 새론고.
때 지나면 모두 다 잊는다 하나 어제런 듯 못 잊을 서러운 그 옛날.
안타까운 이 심사 둘 곳이 없어 가슴 치며 눈물로 봄을 맞노라.
미발표, 문학사상, 연도 미상
김소월 시인 / 잊었던 맘
집을 떠나 먼 저곳에 외로이도 다니던 내 심사를! 바람 불어 봄꽃이 필 때에는 어찌타 그대는 또 왔는가. 저도 잊고 나니 저 모르던 그대 어찌하여 옛날의 꿈조차 함께 오는가. 쓸데도 없이 서럽게만 오고 가는 맘.
진달래꽃, 매문사,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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