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억 시인 / 가는 봄
어린 맘아, 오월(五月)의 밤하늘에는 스러져가는 별, 가는 봄철의 저녁에는 떨어지는 꽃, 오오 그러나 이를 어쩌랴.
어린 맘아, 봄날의 꽃과 함께, 밤하늘의 별과 함께, 고요하게도 남모르게 넘어가는 청춘(靑春)을 오오 그러나 이를 어쩌랴.
해파리의 노래, 조선도서주식회사, 1923
김억 시인 / 가을
어제는 아름답게도 첫 봄의 꽃 봉오리가 너의 열락(悅樂) 가득한 장미의 뺨위에 웃음의 향기(香氣)를 프ㅣ우며 떠돌았으나,
오늘은 쓸쓸하게도 지는 가을의 낙엽(落葉)이 너의 떨며 아득이는 가슴의 위에 어린 꿈을 깨치며, 비인 듯 흩어지어라.
해파리의 노래, 조선도서주식회사, 1923
김억 시인 / 갈매기
신미도(身彌島)라 삼각산(三角山) 갈매기 우네, 갈매기 새끼 잃고 어엽서 우네.
별애우 수풀밭에 달빛 밝으면 아바지, 어머니여 새끼가 찾고.
가을바람 휘돌아 갈 길은 먼 곳, 새끼를 못 잊어서 어미가 우네.
안서시집, 한성도서주식회사, 1929
김억 시인 / 강(江)가에서
실버드나무 가지에 새눈이 돋아나오며, 해죽해죽 웃으며 흐르는 강(江)물에 씻기우는 강(江) 두던에는 새 봄의 기운(氣運)이 안개같이 어리울 때, "나를 생각하라"고, 그대는 속삭이고 갔어라. 넘어가는 새빨간 핏빛의 저녁 노을이, 늦어가는 소녀(少女)의 나물 광주리에서 웃으며, 꿈을 잃은 늙은이의 가슴을 덮어 비추일 때, "나를 생각하라"고, 그대는 속삭이고 갔어라.
악조(樂調)의 고운 꿈길이 두 번 보드라운 바람을 따라, 저멀리 먼 바다를 건너 새 방향(芳香)을 놓는 이 때, "나를 생각하라"신 그대는 찾기조차 바이 없어라. 밤이면 밤마다, 날이면 날마다 노래 부르며, 물결의 기억(記憶)이 흰 모래밭을 숨어드는 이 때, "나를 생각하라"신 그대는 찾기조차 바이 없어라.
해파리의 노래, 조선도서주식회사,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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