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억 시인 / 별낚기
애인(愛人)이여, 강(江)으로 가자, 지금(只今)은 밤, 낚아질 때다. 애인(愛人)이여, 거리로 가자, 지금(只今)은 밤, 낚아질 때다. 어두운 강(江) 위에는 빛나는 별이 반듯인다. 어두운 거리에는 빛나는 등(燈)불이 반듯인다.
애인(愛人)이여, 강(江)으로 가자, 지금(只今)은 밤, 낚아질 때다. 애인(愛人)이여, 거리로 가자, 지금(只今)은 밤, 낚아질 때다. 애인(愛人)이여, 강(江) 위에서 고요히 별을 낚으자. 애인(愛人)이여, 거리에서 고요히 불을 낚으자.
애인(愛人)이여, 지금(只今)은 밤, 강(江)으로 가자, 낚아질 때다. 애인(愛人)이여, 지금(只今)은 밤, 거리로 가자, 낚아질 때다. 낚을 것 같으면서도 암만해도 못낚을 별. 잡을 것 같으면서도 암만해도 못잡을 불.
애인(愛人)이여, 지금(只今)은 밤, 강(江)으로 가자, 낚아질 때다. 애인(愛人)이여, 지금(只今)은 밤, 거리로 가자, 낚아질 때다. 낮이 되면 별은 숨고 만다. 낮이 되면 불은 꺼지고 만다.
애인(愛人)이여, 너는 밤의 강(江) 위에 빛나는 별 애인(愛人)이여, 너는 밤의 거리에 빛나는 불. 너의 맘은 낚을 것 같으면서도 못 낚을 별. 너의 맘은 잡을 것 같으면서도 못 잡을 별.
애인(愛人)이여, 지금(只今)은 밤, 강(江)으로 가자, 낚아질 때다. 애인(愛人)이여, 지금(只今)은 밤, 거리로 가자, 낚아질 때다. 너의 맘은 낮이 되어도 숨을 줄 모르는 별. 너의 맘은 낮이 되어도 꺼질 줄 모르는 불.
해파리의 노래, 조선도서주식회사, 1923
김억 시인 / 봄바람
하늘하늘 잎사귀와 춤을 춥니다
하늘하늘 꽃송이와 입맞춥니다
하늘하늘 어디론지 떠나갑니다
하늘하늘 떠서 도는 하늘바람은
그대 잃은 이내 몸의 넋두리외다
안서시집, 한성도서주식회사, 1929
김억 시인 / 봄비
봄날 저녁에 내리는 비는 보슬보슬 고요도 합니다.
마을 앞에 버들가지에는 어린 움이 눈을 내입니다.
연(蓮)못 가의 개나리 가지엔 꽃봉오리가 떨어집니다.
봄날 저녁에 내리는 비는 보슬보슬 고요도 합니다.
안서시집, 한성도서주식회사,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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