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정 시인 / 목련 물티슈
새봄을 엎질렀다 재빨리 닦으려고 했는데
바퀴가 먼저 지나갔다 치마에 숱한 반점을 만들고 저만치 굴러갔다
고여서 슬픈 곳엔 다가가지 않겠다고 한 맹세는 자몽처럼 굴러가서 으깨어졌다
흙탕물 날씨가 꽃잎을 뒤집고 바퀴는 찢겨진 잎새로 뒤범벅
재빨리 지우려고 나선 손가락에 목련잎 물티슈가 걸렸다
신이 나지막이 속삭이던 목소리로 봄은 녹슨 닻을 바닥으로 떨구고
물방울 서넛을 달고 물티슈 발목이 접질린 그림자 다시 푸드득
맘에 오그라져 붙는 순간의 힘으로 펼친 그림자의 봄을 안고서
반점 돋는 굉음의 담벼락 끼일 듯 말 듯 다시 길을 간다
계간 『사이펀』 2019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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