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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추인 시인 / 눈거풀

by 파스칼바이런 2019. 11. 27.

김추인 시인 / 눈거풀

 

 

  세상에서 가장 큰 보자기

  이것이 내려 덮이면

  빛 사라지네

  꽃 사라지네

  볕살 속 부유하던 먼지 알갱이도

  내 앞에서 눈 맞추던 너도

  사라지고 없네

 

  졸리운 눈거풀 내리면

  한정 없는 어둠의 나락,

  깊고 말랑하고 나른해지던

  아른아른 의식의 사이로 빠르게

  빠져나가던 기류

 

  먹물 빛 어둠도 어둠이지만

  어둠도 세상이 덮히는 보자기라지만

  몇 오락 빛만으로도

  사물의 그늘 속으로 숨던 거 아는데

  얇은 입술만 같은 눈거풀이

  잠금장치 없이도

  철걱 닫히면

  우주가 사라진다는 거 아는데

 

질끈 눈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 내 안의 어린마을을 아네 여섯 살 깡동치마 논두렁에 앉아 작은 꽃별들 갸우뚱 들여다보는... 솜털머리칼 하염없이 날리는.. 내 안의 연두그림 몇 장, 덮이지 않는 지울 수 없는

 

월간 『시인동네』 2017년 4월호 발표

 

 


 

김추인 시인

경상남도 함양에서  출생. 연세대 교육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1986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온몸을 흔들어 넋을 깨우고』, 『나는 빨래예요』, 『광화문 네거리는 안개주위보』, 『벽으로부터의 외출』, 『모든 하루는 낯설다』, 『전갈의 땅』, 『오브제를 사랑한』 등이 있음.  2016년 제9회 한국예술상 수상, 1991년 문예진흥원 창작지원금 수혜. 2010년 만해‘님‘문학상작품상 수상, 2011년 서울 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2016년 한국의 예술상 수상, 2017년 제8회 질마재문학상 수상. 현재 무크지 『님』 편집위원, 계간 시전문지 『포엠포엠』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