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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하 시인 / 안압지(雁鴨池)
여기에는 무수한 방이 연결되어 있다 벽과 바닥에 각기 다른 얼굴이 연결되고 기둥마다 각기 다른 능력이 연결되고 저녁 또는 새벽이 되기 위해 고요함 속 민첩함은 자주 흐트러진 마음을 불러 모아 경계를 허물지
어쩌다 세상 밖 먼지를 뒤집어쓴 무거운 것들은 고독한 기다림으로 밤새 북을 쳤을 테고
어둠이 달과 나란히 같아질 때 방과 방이 합이 되는 순간엔 별하늘이 콸콸 쏟아졌을 테고 선(禪)을 재구성한 물빛 공동체를 원하는 벽과 벽 사이 나무 새 바람 몸짓이 예사롭지 않았을 테고
방과 방의 통로는 뜨거운 계절일수록 빗소리가 자주였을 테고
불현듯 누군가도 저기 저 깊숙한 물의 혀를 닮아보겠다고 밤새 신발 벗은 채 밤하늘을 귀찮게 했으리라 몸은 뜨겁게, 꽃이 피는 밤.
계간 『미네르바』 2015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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