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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강하 시인 / 안압지(雁鴨池)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0.

이강하 시인 / 안압지(雁鴨池)

 

 

  여기에는 무수한 방이 연결되어 있다

  벽과 바닥에 각기 다른 얼굴이 연결되고

  기둥마다 각기 다른 능력이 연결되고

  저녁 또는 새벽이 되기 위해

  고요함 속 민첩함은 자주

  흐트러진 마음을 불러 모아 경계를 허물지

 

  어쩌다 세상 밖 먼지를 뒤집어쓴

  무거운 것들은

  고독한 기다림으로 밤새 북을 쳤을 테고

 

  어둠이 달과 나란히 같아질 때

  방과 방이 합이 되는 순간엔 별하늘이 콸콸 쏟아졌을 테고

  선(禪)을 재구성한 물빛

  공동체를 원하는 벽과 벽 사이

  나무 새 바람 몸짓이 예사롭지 않았을 테고

 

  방과 방의 통로는 뜨거운 계절일수록

  빗소리가 자주였을 테고

 

  불현듯 누군가도

  저기 저 깊숙한 물의 혀를 닮아보겠다고

  밤새 신발 벗은 채 밤하늘을 귀찮게 했으리라

  몸은 뜨겁게, 꽃이 피는 밤.

 

계간 『미네르바』 2015년 봄호 발표

 

 


 

이강하 시인

경남 하동에서 출생. 2010년 《시와 세계》 하반기 신인상 詩부문에 〈숯가마〉 외 3편의 詩가 당선. 시집으로 『화몽(花夢)』(한국문연, 2007)와『붉은 첼로』(시와 세계, 2014)가 있음. 제4회『백교문학상』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