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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시인 / 어떤 거리
서쪽으로 더 가면 한때 직박구리가 집을 지었던 느티나무가 있다 그 나무는 칠년 째 죽어있는데 칠년 째 그늘을 만든다 사람들은 나무를 베어내지 않는다 나무는 거리와 닮았으니까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보통은 별이 떠야 알 수 있지만 강 하구에 찍힌 어제 북쪽으로 떠난 철새의 발자국이 그걸 알려 줄때도 있다 마을도 돌고 있는 것이다
차에 시동을 끄고 자판기 앞에 서면 살고 싶어진다 뷰포인트가 없어서 나는 이 거리에서 흐뭇해지고 또 누군가를 기다린다
단팥빵을 잘 만드는 빵집과 소보로를 잘 만드는 빵집은 싸우지 않는다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는 동안 커다란 진자의 반경 안에 있는 듯한 안도감을 주는 거리.
이 거리에서 이런저런 생들은 지구의 가장자리로 이미 충분하다
격월간 『현대시학』 2019년 5~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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