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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황인찬 시인 / 아카이브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18.

황인찬 시인 / 아카이브

 

 

이 계단을 오르면 집에 이른다

 

제비들이 창턱에 앉아 뭐라 떠들고 있다

그것이 여름이다

 

장미가 피는 것을 보며 여름을 알고

무궁화가 피는 것을 보며 여름인 줄을 알고

 

벌써 여름이구나

 

그렇게 말하는 순간 지난여름에도 똑같은 말과 생각을 했단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알아차리는 순간 이 알아차림을 평생 반복해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순간마다 여름은 창턱을 떠나 날아갈 준비를 한다

 

이 계단은 집을 벗어난다

 

여름이 무리 지어 날아다니고 여름이 이리저리 피어있는 풍경이다

낮은 풀들이 한쪽으로 밟혀 누워 있다

 

발자국은 보이지 않는다

 

이 누적 없는 반복을 삶과 구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이 시의 서정적 일면이다

 

계간 『포엠포엠』 2019년 여름호 발표

 

 


 

황인찬(黃仁燦) 시인

1988년 안양에서 출생.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구관조 씻기기』(민음사, 2012)와 『희지의 세계』(민음사, 2015) 있음. 2012년 제3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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