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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 시인 / 계단 ㅡ 어둠과 허공과 흐림과 침묵과 알지 못할 그 모든 것의 亂場
1 허공 혹은 천 길 나락으로의 주둥이: 18세기 부하라의 죄수들, 자루에 담겨 46m 칼란미나렛 첨탑에서 뉴턴의 사과처럼 만유인력을 간증했음. 그때 계단은 캄캄했고 귀를 콱 틀어막았을 것임.
2 형이상학: 계단에 주저앉아 울어 본 적 없는 동물과는 절대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선 안 된다는 게 아버지 유언임.
3 형이하학: 처녀 유부녀 창녀를 가리지 않고 아래쪽 내면의 美를 감상.
4 黙秘: 아침 여섯 시, 김칠수 씨 볼일을 보고는 재래식 화장실 0.5m 높이 계단을 헛디디며 최후의 비명을 연주함. 두 시간 후, 妻가 변형된 비창을 작곡할 때까지도 계단은 침묵으로 일관. (김칠수 씨 처는 등산길 가파른 돌계단 끝에서 만유인력에 대해 학습했을 개연성이 큼)
5 벽: 김칠수 씨 음악 관련, 그의 처는 계단을 강조하고 近族은 처의 귀와 입에 짙은 혐의를 둠. 자식들 눈동자는 여전히 안개처럼 혼미.
6 깃발: 때로는 아무도 몰래 미친 듯 펄럭이기도 함.
7 유령: 초고층아파트나 빌딩에 놓인 계단은 고독에 몸서리치며 귀신처럼 괴이한 울음을 흘림. 흐린 날이면 더욱 정도가 심해짐.
8 친절한 금자씨: 계단 끝에 걸린 그림자, 계단이 바람을 불러들여 순식간에 등을 떠밀어 버리기도 함.
9 신앙: 누군가는 제 몸을 계단에 접는 것도 부족해 무슬림처럼 바닥에 이마를 붙인 후 종일 기도를 함. 동전소리가 들릴 때 간혹 이마를 떼기도 함. 그는 계단을 통해 우주를 읽고 밥을 얻고 밤이면 계단을 덮고 잠을 청함.
10 몸의 내부: 내 몸 속에도 계단이 존재. 무수한 발자국이 찍혀 있음. 술 취한 아버지 발이 심장 근처까지 올라와 비틀거리거나 여자가 허리 아래로 내려가다 실족키도 함. 계단을 사랑하는 새들이 새벽까지 내 몸을 흔들기도 함. 그래도 나는 위만 보고 상승 중. 몸은 생장을 멈췄지만 계단은 자라기 때문일 것임. 나는 계단에 중독되어 나무계단처럼 자주 삐걱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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