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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 시인 / 꽃가루주의보
오월의 무덤이 웃음을 뿜어낼 때마다 아카시아꽃이 피어난다 그늘 아래 지나는 소녀들,
송곳니 품은 이파리가 흰 목덜미 물고 공중에서 어찔어찔 뜯겨 나간다
가시에 맺힌 햇덩이가 누구의 것인지 알아챈 꽃은 뜨거워진다 파르르 바람이 스치면 진저리 치듯 검은 수액이 우듬지 속잎까지 달아오른다
어른이 되지 못한 여린 것들 새 꽃잎을 뜯다 스러진다, 감염처럼 떠나간 행적이 격리된다
햇볕 농도 높을 때 꽃잎의 낙하율은 커지고 불행은 뿌리의 전생을 더듬는다 누군가 가늠할 수 없는 깊이로 시선을 떨굴 때 흘러내리는 그늘 속에는 한때의 비명과 열망이 봉인되어 있다
짙은 꽃가루가 날리면 갓 핀 죽음이 향기에 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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