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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명 시인 / 바위와 구름의 '듯'
암벽등반에 빠져 바위에 올라 흰 구름 잡았던 얘기를 천하를 얻은 양 떠들었는데 경청해주던 열다섯이나 아래인 젊고 예쁜 후배가 잠잠히 전화기 무선에다 부어주는 선지덩이
-떠가는 저 구름이 바위가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물컹 넘어온 선지덩이 바위에 올라 잡았던 흰 구름이 지랄같이 지랄 같은 붉덩이로 엉겨 무선의 고무다라 속에서 한바탕 요동을 친다 요동 속 동시에 냉각의 빙화가 피고
후배는 최근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사실 나도 얼마 전 바위를 잃었다 후배는 죽음이라는 파토였고 나는 팀이 깨지는 인간관계 파토였다
천하를 얻었던 사랑도 천하를 얻었던 바위타기도 다 ‘듯’ ‘듯’이 되고 말았다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아침이슬 같고 꿈같다는 ‘듯’ ‘듯’ 옷을 다시 입어도 옷이 벗겨졌다
전화기에 붙은 귀를 바위가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귀에 붙은 선지를 구름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사실 더러운 인간관계 슬픈 죽음이란 없습니다 더러움이라는 흉내 슬픔이라는 시늉이 바위와 구름의 ‘듯’으로 ‘듯’으로
잠잠한 파토의 세계 삼라를 태초부터 접수한 잠잠한 파토의 세계는 언제나 선지덩이를 흘리고 있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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