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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마경덕 시인 / 숫돌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0.

마경덕 시인 / 숫돌

 

 

  밋밋한 돌덩이가 칼을 쥐고 논다

  얼마나 칼을 갈아 마셨는지

  쇠비린내 물큰 난다.

  쇠붙이를 물어뜯은 제 몸도 우묵하다

  허공에 무수히 칼자국이 나있다.

 

 


 

 

마경덕 시인 / 칙, 칙, 압력솥

 

 

  추가 움직인다. 소리가 뜨겁다

  달리는 기차처럼 숨이 가쁘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더는 참을 수 없는 듯,

  추를 마구 흔든다. 지금 당장 말리지 않으면

  머리를 들이받고 자폭할 기세다

  저 맹렬한 힘은 무엇인가

  저 안에 얼마나 많은 신음이 고여 있는가

  슬픔이 몸을 찢고 나온다

  집 한 채를 끌고 소리가 달린다

  밤기차를 타고 야반도주하는 여자처럼

  속이 탄다. 부글부글

 

 


 

마경덕 시인

1954년 전라남도 여수에서 출생했다.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신발論』이 당선되다.시집으로 『신발論』(문학의전당,2005)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