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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연종 시인 / 초성퀴즈, 너의 클리셰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21.

김연종 시인 / 초성퀴즈, 너의 클리셰

 

 

너는 아홉살 ㅇㅅ, 조그만 숲에도 섞이지 못한

 

너는 아기돼지 ㅅㅎㅈ, 붉은 탯줄 출처가 불분명한

 

너는 개미와 ㅂㅉㅇ, 한겨울에도 발바닥이 뜨거운

 

너는 일곱 색깔 ㅁㅈㄱ, 소란과 고요의 안부

 

너는 소문난 ㅈㅊ, 장미와 권총과 나비와 함께

 

너는 참새와 ㅎㅅㅇㅂ, 발버둥 칠수록 나락으로 떨어지는

 

너는 오월에 피는 ㅈㅁ, 잔뜩 공들인 여름

 

너는 불타는 ㅊㅊ, 배낭에 곱게 접어둔 바람막이 옷

 

너는 날개 잃은 ㅊㅅ. 충분한 애도와 불충분한 위로

 

너는 아무 말 ㄷㅈㅊ, 함부로 호명되지 못하고 남아도는   

 

너는 블랙 ㄹㅅㅌ, 얼룩과 별과 물거품

 

너는 고독한 ㅊㅈ, 수시로 넘나드는 불협화음

 

너는 사라진 ㅁㅇㅅ, 오랜 세월에 걸쳐 몸집이 작아진

 

너는 청진기 ㄱㄹㅅㄷ, 돌팔이 의사의 생존법

 

계간『문예바다』 2019년 여름호 발표

 

 


 

김연종 시인

2004년 《문학과 경계》를 통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극락강역』, 『히스테리증 히포크라테스』, 『청진기 가라사대』와 산문집 『닥터 K를 위한 변주』가 있음. 제3회 의사문학상 수상. 현재 한국의사시인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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