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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시인 / 무덤이 아기들을 기른다
버즘나무 이파리 서쪽으로 눕던 길, 그 길 끝에 놓여 있던 비둘기의 주검, 선명한 자동차 바퀴자국. 새의 내장도 무겁구나, 파리해진 잎사귀의 반쪽을 가리며 오래도록 주검을 맴돌던 슬픈 애인이 펄럭였다 술잔 속에서 끊임없이 피묻은 깃털이 올라오던, 그날 애인을 안고 속삭였던가 갓 태어난 아기들의 뱃속을 생각해봐 작은 정원 같은, 붉은 다알리아 콩닥콩닥 김을 뿜고 삐비풀이 연초록 길을 만들지 노랑 주홍빛 채송화, 토란잎 위에서 장난치는 피톨들, 붉고 흰 물방울. 물방울은 동그란 무덤이야 우린 누구나 무덤의 집이라구 따스한, 내 가슴에 떡잎처럼 매달려 우는 어린 애인, 덜 여문 내 꽃자리로 사르륵 통증이 지나갔고 나는 무덤을 열어 젖꼭지를 물려주었지만 어떻게 울음을 그쳤는지 모른다 그날, 내 애인은 동구 밖에 비둘기를 묻어주고 내 등에 업혀 돌아오던 다섯 살배기 동생이 되어 내게 말했다 고마워 언젠가 나도 엄마가 되어줄게. 향긋한 냄새가 그애의 정원에서 풍겨나와 핑그르르, 내 무덤에서 정말로 젖이 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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