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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문정희 시인 / 투포환 선수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31.

문정희 시인 / 투포환 선수

 

 

야생적인 몸무게 때문이었을까

시골에서 전학 온 나에게

하얀 서울 선생님은

너는 시를 쓰는 것 보다

투포환 선수가 되 보라고 했다

 

멀리 던져도 튀어 오르지 않는

쇠로 만든 공! 번번이 눈앞에서 고꾸라지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어서 지축을 울리는 리듬을 만들어

땅 속의 봄을 깨우고 싶은 나는

자칫하면 욕망의 무게가 발등을 찍어

발자국 마다 흐르는 피가

천 갈래 뿌리에 스밀 지도 모르는

투포환 선수를 꿈꾸는 것이 두렵기만 했다

 

바람 한 점 숨결 하나 불어 넣지 않고

뜨거운 쇳덩이로 칼이 아니라

공을 만든 이는 누구일까

어떤 이상한 시인일까

희망은 날개를 달고 있다는데

깃털 하나 없는 쇳덩이를

밤낮없이 나는 멀리 멀리 던졌다

 

나는 지금 몇 살인가, 길은 막다른 벼랑

어떤 언어가 쿵쿵 땅을 울렸는가

뼈에서 솟은 눈물방울을

아이구 세상에나!

나는 지금도 던지고 던지고 있다

 

계간 『문학동네』 2018년 가을호 발표

 

 


 

문정희 시인

전남 보성에서 출생, 1969년 《월간문학》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나는 문이다』, 『카르마의 바다』,『응』,『작가의사랑』 등과 시선집 『지금 장미를 따라』 외 에세이집 등이 다수 있고 미국 뉴욕에서 출판된 영역시집을 비롯 9개국 언어로 번역된 번역시집 13권이 있음.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육사시문학상. 목월문학상, 청마시문학상, 스웨덴 2010년 시카다상(cikada Literary Prize of Sweden) 등 수상. 고려대 교수, 한국 시인협회 회장 역임. 현재 동국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