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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산 시인 / 나무의 나무

by 파스칼바이런 2019. 12. 31.

김산 시인 / 나무의 나무

 

 

  나무 아래, 나무테이블이 있고 나무의자에 나는 앉아 있다. 잎이 돋은, 살아있는 나무와 나이테와 옹이로 점철된 나무테이블과 나무의자에 나는 앉아 있다. 그리하여, 이 나무는 어떤 나무인가. 그렇다고, 이 나무는 어떤 나무여야 하는가. 산 나무와 죽은 나무 사이에 새의 울음이 있고 한때의 푸른 청춘이 나무 그늘 아래, 나무의 속 것을 벗기고 있다. 나무는 살아서도 죽은 나무입니까. 나무는 죽어서도 살아있는 나무입니까. 나무가 나무를 나무란다. 한 곁을 내주며 한 나무가 한 잎을 키워낸다. 구름은 떠다니고 나무의 말씀이 우레처럼 무수한 소문들을 떨군다. 노랗고 붉고 시퍼런 빛들이 나무를 나무답게 한다. 밤나무와 아침나무 사이에서 가시들이 울울창창하다.

 

 계간 『시와 사람』 2013년 겨울호 발표

 

 


 

김산 시인

1976년 충청남도 논산에서 출생. 2007년 《시인세계》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 시집에는 『키키』(민음사, 2011)와  『치명』(파란, 2017)이 있음.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