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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 시인 / 나무의 나무
나무 아래, 나무테이블이 있고 나무의자에 나는 앉아 있다. 잎이 돋은, 살아있는 나무와 나이테와 옹이로 점철된 나무테이블과 나무의자에 나는 앉아 있다. 그리하여, 이 나무는 어떤 나무인가. 그렇다고, 이 나무는 어떤 나무여야 하는가. 산 나무와 죽은 나무 사이에 새의 울음이 있고 한때의 푸른 청춘이 나무 그늘 아래, 나무의 속 것을 벗기고 있다. 나무는 살아서도 죽은 나무입니까. 나무는 죽어서도 살아있는 나무입니까. 나무가 나무를 나무란다. 한 곁을 내주며 한 나무가 한 잎을 키워낸다. 구름은 떠다니고 나무의 말씀이 우레처럼 무수한 소문들을 떨군다. 노랗고 붉고 시퍼런 빛들이 나무를 나무답게 한다. 밤나무와 아침나무 사이에서 가시들이 울울창창하다.
계간 『시와 사람』 2013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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