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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시인 / 양을 세는 꿈
양들이 건너온다
양들은 희거나 더 희거나 투명하지 무심한 귀를 지나 안개를 지나
부드러운 털을 만지며 당신은 양머리를 하고 양 같은 표정이다 좁은 내 꿈의 폭을 구불구불 넓힌다 ‘양들이 서로 부딪쳐’
양 한 마리가 열 마리로 불어난다 난간에 간신히 매달린 양
불가마 안에서도 눈을 감고 양을 세는 사람들 넘어진 양들의 발자국은 해독되지 않고
울음은 어떤 모양의 은유일까 울고 있는 양들, 흐르는 울음은 셀 수 없다
온통 쌓여가는 바닥들, 벽들, 닫힌 문들,
당신이 빌려간 양들은 돌아오지 않는데 가끔 엇갈리는 어둠을 수건으로 닦으며
당신의 눈동자에서 양을 본다 ‘불안을 쓸어 담는 창이야’ 매일 밤 양 한 마리로 시작하는 진실은 있는 걸까
멀어서 혼자말로 가득한 저 꿈밖으로 양 한 마리가 달려 나간다
하얗게 보풀이 일어나는 이야기 우리가 뱉어낸
격월간 『시사사』 2019년 5~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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