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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순 시인 / 낙엽의 관념성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1.

강순 시인 / 낙엽의 관념성

 

 

  바스락거리는 습성으로 한 계절을 타고 넘는다

  여태 깊은 침묵을 배우는 중이다

 

  허공을 버릴 때마다 나의 뿌리가 궁금하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누구에게도 의무가 아니어서

  타인들은 아무렇게나 나를 흔들며 지나간다

 

  간혹 짐승들이 다가와 나를 시험한다

  내가 그들의 편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거짓말이다

 

  누군가의 편이라는 건

  나를 바싹 말려 작은 울림을 내는 것

  소리 없는 미동으로도 나의 뿌리로 돌아가는 것

  그래서 나는 아직 부족하다

 

  나를 버리다가 바람과 맞선다

  대답을 찾다가 흙에 울음을 묻는다

 

  가을볕에 나를 꺼내 읽으면

  이제 오독으로 눈이 멀어간다

 

  계절에게 용기 내어 말을 걸면

  내가 가장 슬플 때 나를 떠나간다

 

  내 삶 가장 밑바닥에서 누군가의 눈에

  별보다 더한 반짝거림이 머물기에

  잠시 기댄다 그뿐이다

 

계간  『시와 편견』 2019년 여름호 발표

 

 


 

강순 시인

1998년 《현대문학》에 〈사춘기〉 외 4편으로 등단. 시집으로 『이십대에는 각시붕어가 산다』가 있음. 2019년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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