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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시인 / 사과 혹은 여행
사과는 떠나가도 허공은 떠나지 않아
사과나무가 앓는 환지통
허공은 열두 개의 씨앗을 품고 머물지
사과 한 알과 허공의 일생 있고 없음의 테두리지
사과꽃 사과 그리고 나무 제로와 무용의 긴 여행
사과를 전부 내어주고 남은 빈자리 끌어안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하지
덧정이 나는 자리, 아무 데도 없는 계절의 내밀이었던 거지
허공의 유순한 품 그건 비어있으나 열매로 가득 차 있지
월간 『시인동네』 2019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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