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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수진 시인 / 사과 혹은 여행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1.

이수진 시인 / 사과 혹은 여행

 

 

사과는 떠나가도 허공은 떠나지 않아

 

사과나무가 앓는 환지통

 

허공은 열두 개의 씨앗을 품고 머물지

 

사과 한 알과 허공의 일생

있고 없음의 테두리지

 

사과꽃 사과 그리고 나무

제로와 무용의 긴 여행

 

사과를 전부 내어주고 남은 빈자리 끌어안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하지

 

덧정이 나는 자리, 아무 데도 없는 계절의 내밀이었던 거지

 

허공의 유순한 품

그건 비어있으나 열매로 가득 차 있지

 

월간 『시인동네』 2019년 6월호 발표

 

 


 

이수진 시인

2009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