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학주 시인 / 오늘 아침의 가없는 너
아직은 빈자리에서 일어날 때에만 눈을 뜬다
왜 나를 어두운 강가로 살려 보내나 불장난도 아니고
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며칠째 숟가락을 놓고 참나무 숲 사이로 지나는
닳은 밤은 빗방울이 묻은 징검돌 위에 서있었다 우산을 들고 만나면 바람이 센 미사리 올이 고운 건 눈물이지만 그 속으로 미사리는 갈대가 쓰러졌다 네가 놓은 손은 퍼런 강물의 어깨를 소개받는 날이 되었다 더럽힌 적 없는 손처럼
시간은 빗장을 지르는 물소리 건너편으로 두 동강을 저어 가고 있을까 안녕이란 알고 보면 누구의 것도 아니게 작다는데 눈에 그토록 숨겨진 너 슬픔을 빼앗기지 않는 내 마음 어두워지기만 하는 성격엔 없는 아마도 너는 여러 곳에 사는 빈자리에 가 있을 것 같다
아직도 내가 없을 때 뭐하는지가 나의 위안이 되는 여긴 너의 색색의 꽃말이 있는 곳
빛의 주근깨가 튀는 수면을 돌멩이처럼 날아가며 때마침 오늘의 구름은 그 눈자위에 피던 화염을 깬다
내일은 어떡하지? 내 몸을 대발로 말아서 버린 기억이 하고 있는 일처럼 오늘이 오래 아프게 가면
본래 밤과 결혼을 몇 번 하고 태어나는데 바람 부는 이별을 깜깜한 밤하늘로 맞아야 한다 덧대어진 눈 먼 울먹임 같은 색 사이를 돌아 나오는
아침마다 갑자기 나타나는 삶을 이해하자고 했다
웹진 『시인광장』 2016년 5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박노해 시인 / 바겐세일 외 1편 (0) | 2020.01.05 |
|---|---|
| 황은주 시인 / 레밍 아나키스트 (0) | 2020.01.05 |
| 성향숙 시인 / 빨강의 자서 (0) | 2020.01.04 |
| 김추인 시인 / 스피노자의 아이들 (0) | 2020.01.04 |
| 황인찬 시인 / 생매장 (0) | 2020.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