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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황성희 시인 / 鄕歌(remix)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5.

황성희 시인 / 鄕歌(remix)

 

 

달을 먹고 아기나 하나 더 낳아 볼까요?

하늘에 달이 하나도 없는 변괴가 일어난다면

하긴 요즘 세상에 그까짓 것 변괴 축에나 끼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도솔가 따위 부르며 떼 지어 호들갑 떨지 않고

물소가죽 소파에 앉아 우아하게 커피나 마시겠어요.

물소가죽이 들개가죽쯤으로 변한다면야 몰라도

몇 십 년째 세 들어 있으면서도 미치게 낯선

내 몸 만한 변괴가 어디 또 있을라고요.

 

아버지는 해만 뜨면 전화를 해

내가니애비다내가니애비다 주문을 외고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란 건지

어머니는 해만 지면 전화를 해

내가니애미다내가니애미다 주문을 외고.

 

차라리 하늘 밖에 하늘이 또 있다고 하세요.

천당 지옥을 섬기고 염라대왕 옥황상제를 만나라고 하세요.

노래 좀 하는 애들 불러 혜성가나 한 두 마디 시키며 놀게요.

 

그러니 살아있는 이 변괴를 제발 좀 보세요.

낯이 설어 낯이 설어 미치겠는데

나는 눈가에다 아이크림을 잔뜩 찍어 바르고

하루에도 수 십 번씩 거울을 보는 강심장을 가졌다고요.

사실 구지가는 이럴 때나 한 곡조 뽑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거북아 거북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한 번도 본 적 없는 소문 같은

머리를 제발 내밀어라.

만약 내밀지 않으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널 찾아

평생에 평생에 평생에 찾아

소문만이라도 구워 먹고 말겠다.

 

웹진 『시인광장』 2007년 여름호 발표

 

 


 

황성희 시인

1972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 200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엘리스네 집』(민음사, 2008)과 『4를 지키려는 노력』(민음사, 2013)이 있음. 현재 〈21세기의 전망〉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