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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시인 / 꿩이 털 빠지면 저만 춥지
보아라, 짐의 일만 평 시름 위에 촘촘한 송곳으로 내리고 있는 비 오늘은 굳세게 검을 잡고 저들을 버히리라 가증스런 세 치 혓바닥을 함부로 놀려 제왕을 능멸하는 저 어리석은 자들에게 율법의 준엄함을 세워서 보이리로다 한 나라의 안위를 코 앞에 두고 어릿광대의 쓸개를 희롱하는 자들이여 억조 창생 앞에 겹겹 적막으로 몸을 두르고도 감출 수 없는 짐의 수고로움이야 몽매 무지한 저들이 어찌 짐작이나 하랴 짐이 한번 희다 하였으면 까마귀도 백 번 희어 마땅하거늘 작두 위에서 촛불 들고 춤추는 천한 목숨들이여 한 칼에 버히면 피는 흐르고 꿩이 털 빠지면 저만 춥지, 낄낄낄낄 검다 희다, 희다 검다, 말도 많구나 가을 들판에 서서 허공을 나는 참새에게 물어 보라 이 땅이 뉘 것이며 이 하늘이 뉘 것인가를.
우리 나라 날씨, 나남, 1986
강인한 시인 / 눈먼 사내
밤 물결이여. 밀감빛 노오란 등불이 풍금 소리처럼 새어 나오는 눈 내린 골목길을 시리우스의 별빛만한 외로움이 간다. 지난 가을 누이의 혼례식장에 가만히 켜졌던 작은 눈물 비늘로 반짝이며 오늘은 어느 집 창가에서 잠을 자려나 물결이여. 제 얼굴 밖에서 서성이는 겨울의 꿈이여.
우리 나라 날씨, 나남,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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