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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허형만 시인 / 무덤은 하나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5.

허형만 시인 / 무덤은 하나

 

 

아빠, 증조할머니는 왜 안 보이셔?

―저 하늘 나라에 계신단다

아빠, 어떻게 올라가셨는데?

―하나님이 손 잡고 올라가셨지

 

달을 바라보며 세월이 쉬는 곳

망월동 공동묘지

할머니 무덤 잔디는

올해 더욱 푸르렀다

 

재배하고, 얘들아 너희들도

아빠처럼 절해야지

―아빠, 하늘 나라에 절해야지

증조할머닌 여기 안 계시잖아

 

또 누군가의 무덤이

파헤쳐지고 있다

무덤 속과 무덤 밖이 하나임을

아이들은 아직 모른다.

 

萍 문학세계사, 1988

 

 


 

 

허형만 시인 / 밤비

 

 

비나리는 밤이면

어머니는

팔순의 외할머니 생각에

방문 여는 버릇이 있다.

 

방문을 열면

눈 먼 외할머니 소식이

소문으로 묻어 들려오는지

밤비 흔들리는 소리에 기대앉던

어머니.

 

공양미 삼백 석이야 판소리에나 있는 거

어쩔 수 없는 가난을 씹고 살지만

꿈자리가 뒤숭숭하시다며

외갓댁에 다녀오신 오늘,

 

묘하게도 밤비 내리고

방문을 여신 어머니는

밤비 흔들리는 소리에 젖어

 

―차라리 돌아가시제.

  돌아가시제

 

목요시, 실천문학사, 1983

 

 


 

허형만 시인

1945년 전남 순천에서 출생. 중앙대 국문과와  성신여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1973년《월간문학》을 통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청명』, 『풀잎이 하나님에게』, 『모기장을 걷는다』, 『입맞추기』, 『이 어둠속에 쭈그려 앉아』, 『공초』, 『진달래 산천』,  『풀무치는무기가 없다』 등과 시선집으로 『새벽』, 활판시선집 『그늘』 등과 평론집으로 『시와 역사 인식』, 『영랑 김윤식 연구』 등이 있음.

 한국시인협회상, 영랑시문학상, 한성기문학상, 전라남도 문화상, 우리문학작품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목포대학교 인문과학대학장 겸 교육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