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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만 시인 / 무덤은 하나
아빠, 증조할머니는 왜 안 보이셔? ―저 하늘 나라에 계신단다 아빠, 어떻게 올라가셨는데? ―하나님이 손 잡고 올라가셨지
달을 바라보며 세월이 쉬는 곳 망월동 공동묘지 할머니 무덤 잔디는 올해 더욱 푸르렀다
재배하고, 얘들아 너희들도 아빠처럼 절해야지 ―아빠, 하늘 나라에 절해야지 증조할머닌 여기 안 계시잖아
또 누군가의 무덤이 파헤쳐지고 있다 무덤 속과 무덤 밖이 하나임을 아이들은 아직 모른다.
萍 문학세계사, 1988
허형만 시인 / 밤비
비나리는 밤이면 어머니는 팔순의 외할머니 생각에 방문 여는 버릇이 있다.
방문을 열면 눈 먼 외할머니 소식이 소문으로 묻어 들려오는지 밤비 흔들리는 소리에 기대앉던 어머니.
공양미 삼백 석이야 판소리에나 있는 거 어쩔 수 없는 가난을 씹고 살지만 꿈자리가 뒤숭숭하시다며 외갓댁에 다녀오신 오늘,
묘하게도 밤비 내리고 방문을 여신 어머니는 밤비 흔들리는 소리에 젖어
―차라리 돌아가시제. 돌아가시제
목요시, 실천문학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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