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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유안진 시인 / 낙엽(落葉)을 보며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5.

유안진 시인 / 낙엽(落葉)을 보며

 

 

지난 날

내 몸에서

흘러 간 피

흘러 간 눈물을

거두어 담아

 

오늘 그대의

참혹한 순교(殉敎)의 죽음

 

대신 아파하고

대신 죽어가서

내가 살아있고

 

또 이런 자리

이 쓸쓸한 웃음을

마련해 주었는가.

 

절망시편, 노벨문화사, 1972

 

 


 

 

유안진 시인 / 눈 내린 아침길

 

 

출근길에 나서니

은백의 새 세상

아아 나도

새로 태어났으면

 

무슨 까닭으로

이 아침

저 햇빛에

눈물이 피잉 돌아

 

하나님 하나님

잘못 살아 온 내 지난 세월에

늘 두렵던 나의 하나님

갑자기 당신이 그리워지면서

 

살아 있다는 슬프던 사실이

오늘사

어찌 이리도 감격스러운지요

고개 깊이 떨구고

걷고만 싶은 아침길.

 

날개옷, 문학예술사, 1981

 

 


 

유안진 시인

1941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 서울대 사대 및 동 대학원에서 교육심리학을 전공.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음. 1965년 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등단. 1970년 첫시집 『달하』를 간행한 이후 『물로 바람으로』(1975) 『월령가 쑥대머리』(1990), 『봄비 한 주머니』(2000) 등 10여 권의 시집과 시선집을 출간했고, 수필집 『우리를 영원케 하는 것은』(1988) 『축복을 웃도는 것』(1994) 등과 장편소설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1990) 『땡삐』(1994) 등의 작품이 있음.

그밖에 『한국의 전통 육아방식』(1987) 등 다수의 전공저서와 논문을 상재. 한국펜문학상(1996), 정지용문학상(1998), 월탄문학상(2000) 등을 수상.  현재 서울대 아동학 교수로 재직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