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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시인 / 새
이 겨울이 아니고서는 시작할 수가 없다
살얼음 낀 강물에 단단한 돌멩이를 던지듯 새가, 꽝꽝 언 바람 부는 밤하늘 한가운데를 저의 온몸으로 와장창 깨뜨려 그 투명하고 시린 허공으로 발돋움하는 것은
이 겨울이어야만 가능하다, 새가 또 다른 새로 비행하는 달콤한 균열을 맛볼 수 있는 것은
그 새를 바라보다가 밤하늘의 별을 따라 새로운 미지로 날아가는 허공의 음계들을 손가락으로 따라 읽다가
완성된 어제의 연주곡을 손가락은 문득 떠나가고 싶어서
집으로 돌아와 무작정 새로운 기타들의 음악을 연주하며 나는 갑자기 삶의 초보인 새내기 서른이 된 것처럼
새, 라고 발음하면 공중 위로 하얀 입김이 피어오르는 추운 방 더듬거리는 날갯짓을 따라 기타 위에선 천천히 다섯 손가락의 철새들이 지나간 한때의 음악들이 새로운 삶을 연주하는 법을 찾아 브이 자의 대형으로 밤하늘을 횡단하는 것인데
나는 이제 익숙한 오리온 삼태성의 어린 추억들을 잃고 싶다 고드름처럼 얼어붙은 손가락이 나를 버리는 법은 겨울철 새로운 계단을 찾아 더듬더듬 흰 나일론 줄을 튕기는 것뿐 이곳을 과감하게 던져버리는 수많은 저곳의 깃털뿐
흩어지는 머리카락들뿐
그런 마음으로 너를 안았다 너를 안지 않았다면 고통도 없을 텐데 철새, 기타 연주곡, 너 사랑하지 않았으면 그 여행지에 가보지 않았다, 그 풍경 속에 나는 들어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행복하지도 않았을 때
네가 와서 난 아프다 아파서 지금은 조금 알 것도 같다 아직 걸어보지 않은 저 높은 언덕의 사다리를 차근차근 연주하는 법을 시릴수록 찬란한 별자리들의 굳은살을
밤하늘 어두운 반주를 따라 흘러가는 새들의 차분한 고통과 그들이 하나하나 깨닫는 아름다움을, 투명한 겨울들의 음악을
웹진 『시인광장』 2015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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