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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만 시인 / 산(山) 하나
어스름 저녁 빈 들판 한가운데 산(山) 하나 있었다.
몹시도 흔들거리는 기차 신문 한 장 다 읽고 다시 쳐다본 차창 밖으로 산(山) 하나 그대로 있었다.
산(山)은 말이 없었다. 경기도 송탄 공사판 아버님 푹 패인 두 눈처럼.
집에 돌아와 방문을 여니 그 산(山)이 빈 들판 한가운데 그 산(山)이 나보다 먼저 와 웅크리고 있었다. 불씨를 지피며 기다리고 있었다.
목요시, 실천문학사, 1983
허형만 시인 / 신호등 앞에서
머언 여행에서 돌아와 안식을 찾듯 빨간 신호등 앞에서 우리는 빛살 같은 순간을 쉰다.
늘 새로운 모습들을 가슴 가득 새로이 만나지만 실은 우리 모두 언젠가 한번쯤은 만났었던 강물이거나 바람.
떨리는 눈빛으로 야생마처럼 울부짖는 도시를 보고, 땀이 젖는 손바닥으로 웅웅거리는 도시의 아우성을 어루만지며
항상 우리는 빨간 신호등 앞에서 생생하게 살아 돌아 올 푸른 자유를 기다린다. 푸른 자유를 기다린다.
목요시, 실천문학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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