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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서봉 시인 / 윤달
1. 유년
묘지에는 꽃눈들, 은밀한 말들을 밀어 올린다. 바람은 무슨 전령인 듯 쉴 새 없이 오갔으며 그때마다 가지들은 흔들리거나 스스로 제 이파리를 날려 보내는 일로 有心하였다. 세월은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계절이 계절과 살 섞으며 슬그니 빠져나간 시간들, 뿌리들은 가끔씩 못 다한 말들을 혹처럼 매달기도 했다.
2. 당신에게로
나는 더듬거리며 자주 어두운 공원의 행간으로 들어갔으나 둥글게 웅크렸으나 봉분 마다 벼린 변명들이 웃자라 있었다. 칼날 같은 그대 뼛조각에 보란 듯 베인 적 많았다. 내 대부분의 날들은 行不의 편지 속에서 늙어갔으므로. 슬근슬근 활자를 지워내던 사립문 밑, 쓸쓸한 先王, 당신의 한때를 나는 안다.
3. 한아름
빗줄기의 은유는 질기다. 휘파람을 불자 유빙처럼 떠돌던 고양이 한 마리가 구조신호를 보내온다. 성긴 집채들의 이빨사이로 누추가 젖은 길을 만든다. 잃어버린 애인이나 구름은 꼭 그만큼의 질량으로 비를 만든다. 얼지 못해 겨울로 내리는 비, 고막마다, 상처를 품은 골목마다 지그시 흘러드는 기억들.
4. 나에게로
투항하듯 돌아온 시간이 악취 풍긴다. 검게 들끓는 시궁쥐들은 이 저녁의 오랜 내력이므로. 썩은 달이 웅덩이마다 가득 고이면, 먼데 가슬가슬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棺이 완성될수록 사람들은 허기가 더했다. 제 그림자들을 짊어진 채 移葬을 서두르고 있었다.
웹진 『시인광장』 2008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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