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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차주일 시인 / 回의 완성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7.

차주일 시인 / 回의 완성

 

 

  석불 앞에 큰절로 엎드린 망부석

  제 그림자보다 몸이 크다

  뜨거운 마음 하나 들어 있는 몸

  필시 돌아올 回자의 원형이다

  씨방이 꽃잎 털어낸 자리에 영점을 밀봉하듯

  모든 그림자가 몸속으로 지는 정오

  몸 바깥으로 길어난 석불 그림자

  망부석의 어깨를 슬그머니 민다

  여자 그림자가 인연 쪽으로 밀려나간다

  이 허술한 문으로 사내가 들이닥쳤을 것이다

  흠칫 놀란 여자가 몸을 뒤틀 때

  미처 몸을 따라가지 못한 그림자는 겉이 되었다

  뒷물하는 여자가 얼마나 씨앗의 자세를 닮았으면

  여자의 감은 눈에서 마음이 움텄을까

  얼마나 몸 밖을 떠돌면 마음을 자신으로 인정하는 걸까

  오로지 몸속으로 돌아가려는 여자 그림자만

  망부석의 사방을 에돌고 있다

  제 나선 문을 찾지 못한 마음이 몸을 들여다본다

  필시 겉과 속이 뒤바뀐 回자의 변형

  누가 이 진경을 섬기다 돌아갔는가

  뫼비우스의 띠 같은 획순을 끝없이 걷는

  사람의 발자국이 끝내 땅의 눈[眼]을 뜨게 했다

  지표면 아래에 음각된 눈자위 속에

  지표면 위 피사체가 갇혀 있다

  망부석이 땅의 눈 밖으로 나서지 못해

  回자의 진화는 완료되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4년 1월호 발표

 

 


 

차주일 시인

1961년 전라북도 무주에서 출생. 2003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냄새의 소유권』(천년의시작, 2010)이 있음. 2011년 윤동주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