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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시인 / 새장
야생의 새 한 마리 새장에 갇혀 있었습니다. 길고 긴 꿈결인 듯 갇혀 살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부리에 머물던 햇빛 삭은 지 오래고, 예전의 깃털을 간질이던 차가운 바람결도 갇혀 사는 새를 잊어버렸습니다. 동그란 눈망울에는 새파란 하늘이, 하늘이 여름을 넘기고 가을 겨울을 보내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야생의 새 한 마리 사시사철 벙어리로 벙어리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어느 날이었습니다. 달도 별도 한 오라기 꿈도 없는 밤이었습니다. 비비비비비(非非非非非)! 꼭 한번 새가 울었습니다. 오, 문득 그때였습니다. 새장의 굵은 철사가 핏빛으로 조금씩 물들기 시작한 것은.
우리 나라 날씨, 나남, 1986
강인한 시인 / 양파
지난 겨울에 사 쟁여 놓은 양파 다섯 관이 연탄과 화분을 이웃하며 시멘트 부엌에서 겨울을 났다. 우리 집 찌개 속에도 들어가고 국거리랑 양념 속에도 간섭해 주며 긴긴 겨울을 나는 동안 여나믄 개가 남아서 정구공같이 궁글고 있다. 껍데기 안에 또 껍데기를 껴입은 채 하얀 섬유질의 그리움으로 겹겹이 싼 알맹이는 무엇이었나 나는 잘 모르지만 가엾어라, 마당의 수도꼭지가 더운 물을 필요로 하는 이 겨울 동안에 소근소근 눈을 뜨더니 입춘날 아침엔 제법 새끼손가락만한 파란 줄기를 내고 있었다. 냉혹한 부엌 바닥에 마른 뿌리로 누워서도 양파는 기어이 알아내고 싶은 것이 있었는가 빈사의 몸뚱이 속에 불보다 뜨거운 자유를 한 줄기 태우고 있었다. 신앙보다 깊은 봄을 양파는 아아, 온몸으로 피워내고 있었다.
우리 나라 날씨, 나남,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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