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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 시인 / 어느 날 사월의 눈이 찍힌 사진들
어떤 작위의 세계*에 같이 들어갈 수 없는 우리가 보리밭 탱자나무 울타리 밖 농로의 고랑을 따라 걸으며 노래를 불렀다 이어 부른 노래의 끝에서 우리는 천 년보다 오래 묵은 느티나무의 꺾이지 않은 下端部를 느티나무의 끝까지 갔다 온 등나무의 몰락과 푸석한 굵기를 보듬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천 년이 걸렸고 우리는 앞으로 천 년을 견딜 수 없었다 태풍다운 태풍이 천 년 주기로 불어온대도 녹은 눈이 속껍질을 불콰하게 붉혀도 목을 조르는 잠이 찾아와 병실 침대보를 움켜잡았다 침대 밖은 천 년 눈 내리는 낭떠러지가 되었으나 우리는 커브길을 돌아 철길의 굴다리를 지나 핸들과 바퀴가 빠진 자전거를 버리고 걸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우리들 간은 몇 개씩 녹아났는지
*정영문 소설
웹진 『시인광장』 2015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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