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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원 시인 / 3월과 나에 관한 짧은 노트 5

by 파스칼바이런 2020. 1. 10.

이원 시인 / 3월과 나에 관한 짧은 노트 5

 

 

    3월이 왔고

    3월1일이 왔고

    계속해서 2일이 왔고

    그렇게 열아홉 번의 낮과

    열아홉 번의 밤이 왔고

    지금 스무 번째의 낮이 왔다

    열아홉 번의 낮과 밤은

    자궁 속을 빠져나오고 있는 태아 같아서

    어느 쪽이 자궁인지 어느 쪽이 태아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서

    열아홉 번의 낮과 밤은

    하늘 끝으로 달려가고 있는 길 같아서

    어느 쪽이 길인지 어느 쪽이 하늘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서

    열아홉 번의 낮과 밤이 되었고

    스무 번째 낮은 스무 번째 밤과 구분이 되지 않을 것이어서

    아직은 자궁이고

    태아이고 길이고 하늘이다

 

계간 『시인광장』 2006년 여름호 발표

 

 


 

이원 시인

1968년 경기도 화성에서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동국대학교의 문화예술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를  마침. 1992년 《세계의 문학》가을호에 〈시간과 비닐 봉지〉 外 3편을 발표하면서 등단. 시집으로 『그들이 지구를 지배했을 때』(문학과지성사, 1996)와 『야후!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뜬다』(문학과지성사, 2001),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문학과지성사, 2007), 『불가능한 종이의 역사』(문학과지성사, 2012)가 있음. 현대시학 작품상(2002)과 현대시 작품상(2005)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