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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시인 / 우리 나라 날씨
우리 나라에도 4계(四季)가 있습니까. 아닙니다. 우리 나라에는 겨울이 있고 여름이 있습니다. 겨울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흑염소 몇 마리 풀을 뜯고 여름에서 겨울로 가는 내리막길엔 보신탕 몇 그릇 땀내고 있지요. 고속버스를 타고 떠나보면 당신도 아시게 됩니다. 영하 이십도와 영상 사십도의 왕복 여행 속에 겨울 혹은 여름이 있고 감기 몸살에 젖는 봄, 가을은 너무나 희미합니다. 우리 나라에는 분명한 겨울 분명한 여름이 있을 뿐입니다. 분명해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우리 나라 날씨, 나남, 1986
강인한 시인 / 장인(匠人)의 꿈
이 여름철에 내가 죽는다면 강물도 누렇게 괴어 흐르는 하늘까지야 이웃집에 다녀가듯 간단히 인사로 건너갈 수는 없거니.
큼직한 이승의 업보나 들고 천덕스러운 눈물을 흘리면 제왕이 손수 나와 술을 따르고, 어깨를 두드리겠지.
그래 전세(前世)의 어엿한 따님들은 꽃밭 너머로 다이달로스 날개쭉지를 보듯 쓸쓸한 나의 손을 눈치 채고 종내엔 그 큰 눈망울을 섬벅이겠지.
내 이 두 손바닥만으로 능히 가리울 수 있는 얼굴로는 못 죽겠네, 차마 못 죽겠네.
육척 미만의 육신을 덮을 도포(道袍)만큼은 넓게 세상의 여름을 가야지, 아아 더 큰 날개를 지어야지, 나의 이 손으로.
우리 나라 날씨, 나남,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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