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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시인 / 한 점 背後도 없이 나무는
주먹 쥔 손을 내밀고 나무는 고요히 서 있다 쉼 없이 멈춰 있다 싸우지 않는 싸움꾼처럼
잔매가 쌓이듯 마른 몸에 내리는 눈발을 삭풍이 달궈놓은, 오징어 튀김 같은 팔뚝에 받는다
싸움꾼은 저렇게 무방비 상태로 설 수 있어야 한다 싸움꾼은 저렇게 싸우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저렇게 싸워야 한다
나무는 빈 들판에 서 있다 나무는 대지를 섬광처럼 한 바퀴 돌고 와서 고요하다 뿌리째 떠돌아도 제 자리에서 폭풍처럼 가만히 숨 쉰다
나무의 적은 얼굴을 드러낸 적 없는 勢力 대지는 이글거리는 뿌리들을 천천히 비끄러맨다 바람은 잡념의 가지들을 조각조각 부러뜨린다 나무의 정권들이 나무 속으로 들어간다 나무는 오직 나무에게로 사라진다
한 점 背後도 없이 나무는 삭풍과 눈보라와 흙먼지의 백만 대군을, 백만 대군을 호령하는 안 보이는 지평선을 한 자루 장창으로 막아 선다
웹진 『시인광장』 2008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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