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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만 시인 / 풀독(毒)
마당 안 풀을 뽑았다 대문 앞 온갖 풀들을 뽑았다 올 여름 벌써 세번째 우거진 풀더미 뽑고 또 뽑아도 어우러지는 풀더미 어떤 풀은 쉽게 뽑히지만 어떤 풀의 뿌리는 꼼짝도 않고 줄기만 부러지고 또 어떤 풀은 줄기도 단단하여 부러지지 않고 이파리만 뜯기고 잠자리에 들기 전 나의 양팔엔 풀독(毒)이 무성하게 돋아나고 있었다 살갗 위에 뿌리내린 풀독(毒)을 보며 요놈들이 또 그 자리에 무성하리라 확신하게 되었다 그것은 노동만큼의 슬픔이 아니라 차라리 커다란 기다림이었다 기대였다.
萍 문학세계사, 1988
허형만 시인 / 풀잎이 하나님에게
우리의 연약함을 보시고 우리의 이파리를 꺾이지 않게 하시며 당신의 이름을 위해 우리를 지키소서. 야훼, 우리 하나님 태풍이 몰아쳐도 뿌리 뽑히지 않게 하시고 들불이 번져와도 타지 않게 하소서. 비록 어둠 속에서도 눈 크게 뜨게 하시며 나팔을 크게 불어 쓰러진 동족을 일으키소서. 우리의 햇살을 전과 같이 함께 하시고 우리의 새들도 처음처럼 돌려보내 주소서. 짓밟는 자에게 생명의 귀함을 일깨워 주시고 낫질하는 자의 낫은 녹슬게 하소서. 야훼, 우리 하나님 우리의 땅은 더욱 기름지게 하시고 우리의 영혼을 버러지로부터 보호해 주시고 우리의 뿌리는 더욱 깊이 뻗게 하시며 우리의 하늘은 더욱 푸르르게 하소서.
목요시, 실천문학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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